VS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팔뚝에 링거도 맞고 손에 붕대도 해서 이제는 엄마가 아버지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버지가 붕대감은 손으로 엄마를 때리기 전까지.
서울 과학수사 연구소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전화를 거는 경찰의 목소리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방 안에서 몇 달째 방치되어 부패가 진행된 시신의 신원을 파악하기 바빴다. 그의 사망 추정 일은 11월이었다. 이제 꽃 피는 봄이 왔는데 그 사람은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저녁밥
구로동에 지내는 동안 찬거리는 주로 구로시장에서 해결했다. 제주 돼지 뒷다리살이 한 근에 삼천 원. 반찬은 세 종류에 오천 원. 슈퍼에서 분홍 소세지를 사다 계란에 부쳤다. 횟집에서 광어회와 소주 두 병을 사면 딱 이만원이었다. 버스정류장엔...
다 큰 수컷
“아휴, 아들이랑 와서 무슨 아가씨야” 이제 막 친구가 된 남자 둘이서 할 수 있는 게 몇 가지나되겠어. 술 마시고 취하면 노래방 가는 거지. 아버지는 자신의 나이를 들먹이며 아직 젊다고 했어. 그때 아버지가 몇 살이었더라? 그때까지만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