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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10

가끔 혼자서 가게를 봐야 할 때가 있었다. 사무실 방에 누워 TV만 보기 답답해서 나는 주로 주방에 앉아 글을 쓰거나 달력에 쓰여있는 일정을 보며 시간을 때웠다. 벽지에 쓰인 메모를 보는 것도 꽤 재밌는 일 중 하나였다. 냉장고 모터 돌아가는 소리에 희미한 교성이 얹혀 빈 공간을 채웠다. 누나들은 간간히 손님에게 받은 돈을 장부에 기입하고 금고에 돈을 채웠다. 누나들은 되려 배고프진 않냐며 나를 챙겼다. 어릴 적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남아 밤늦게까지 집을 지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 말곤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무제 #23

누나들은 하루 묶고 가는 손님들을 위해 속옷을 준비한 적이 있었다. 손님 대부분은 업소에 다녀온 걸 자랑하느냐고 오히려 핀잔을 주었다고 했다. 그렇게 인기가 없어진 속옷은 내 몫이 됐다. 누나들이 준비한 팬티는 진한 녹색과 주황색 사각 트렁크 팬티였다. 나이대에 상관없이 누가 입어도, 누가 봐도 수상한 팬티였다. 나는 그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하도

무제 #22

타이머가 울려도 누나가 방에서 나오지 않으면 문 앞에 서서 누나의 이름을 낮은 목소리로 목에 힘을 주어 불러야 한다. 저번엔 평소처럼 누나라고 불렀다가 누나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손님들이 무서워하기나 하겠냐고. 나는 보통 처음 보는 사람들 대하는 자리에선 이때 연습한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그래도 나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본

무제 #21

누나들은 종종 손님들이 두고 가는 물건들을 잘 가지고 있다가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물건들은 내게 갖다 주었다. 대부분 남성용 시계 같은 액세사리였다. 세상에 이렇게 낯선 물건들이 또 있을까. 누나들 앞에선 한두 번 착용해보았지만 나는 그것들을 누나들 앞에서 버리기 미안해서 한동안 책상에 올려두었다가 책상 정리를 할 때 한꺼번에 내다 버렸다. 그중엔 꽤 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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