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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14

누나들의 심부름은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낮에는 주로 편의점에 가서 담배 한 보루를 사다 주거나 수원역에 필요한 물품을 사다주었다. 누나들은 심부름 한 번에 심부름비로 만 원을 주었다. 나는 이걸 모아두고 몇 만 원이 모이면 밖에 나가 소주를 사 마셨다. 밤에 하는 심부름은 현금이 없는 손님의 카드를 받아 돈을 찾아 주는 일이었다. 그래도 이것 역시 일의 일부분이라 심부름비를 주진 않았지만 손님들의 통장 잔고를 살짝 엿볼 수 있어서 내겐 꽤 재밌는 소일거리였다. 돈을 인출한 뒤 알게된 사실이지만 대체로 인출한 금액은 통장 잔고의 금액에 비례했다. 누나에게 다시 손님의 카드와 돈을 갖다주곤 나는 사무실방에 누워 TV 채널을 돌리며 통장 잔고와 인출금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가끔씩 영수증을 빼먹는 일도 있었지만 그걸로 문제 삼는 손님들은 없었다.


무제 #23

누나들은 하루 묶고 가는 손님들을 위해 속옷을 준비한 적이 있었다. 손님 대부분은 업소에 다녀온 걸 자랑하느냐고 오히려 핀잔을 주었다고 했다. 그렇게 인기가 없어진 속옷은 내 몫이 됐다. 누나들이 준비한 팬티는 진한 녹색과 주황색 사각 트렁크 팬티였다. 나이대에 상관없이 누가 입어도, 누가 봐도 수상한 팬티였다. 나는 그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하도

무제 #22

타이머가 울려도 누나가 방에서 나오지 않으면 문 앞에 서서 누나의 이름을 낮은 목소리로 목에 힘을 주어 불러야 한다. 저번엔 평소처럼 누나라고 불렀다가 누나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손님들이 무서워하기나 하겠냐고. 나는 보통 처음 보는 사람들 대하는 자리에선 이때 연습한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그래도 나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본

무제 #21

누나들은 종종 손님들이 두고 가는 물건들을 잘 가지고 있다가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물건들은 내게 갖다 주었다. 대부분 남성용 시계 같은 액세사리였다. 세상에 이렇게 낯선 물건들이 또 있을까. 누나들 앞에선 한두 번 착용해보았지만 나는 그것들을 누나들 앞에서 버리기 미안해서 한동안 책상에 올려두었다가 책상 정리를 할 때 한꺼번에 내다 버렸다. 그중엔 꽤 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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