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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17

나는 여기에서 살았습니다. 나는 최근 몇 년간 이 말을 내 명함을 여겼습니다. 차라리 그게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냥 속 시원하게 말해버리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어떨 때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 입장이지요. 내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나는 여기에서 살았었습니다. 이 이야기로 인해서 누구도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것. 그것 말고는 제가 이곳에서 느낄 성취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무제 #23

누나들은 하루 묶고 가는 손님들을 위해 속옷을 준비한 적이 있었다. 손님 대부분은 업소에 다녀온 걸 자랑하느냐고 오히려 핀잔을 주었다고 했다. 그렇게 인기가 없어진 속옷은 내 몫이 됐다. 누나들이 준비한 팬티는 진한 녹색과 주황색 사각 트렁크...

무제 #22

타이머가 울려도 누나가 방에서 나오지 않으면 문 앞에 서서 누나의 이름을 낮은 목소리로 목에 힘을 주어 불러야 한다. 저번엔 평소처럼 누나라고 불렀다가 누나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손님들이 무서워하기나 하겠냐고. 나는 보통...

무제 #21

누나들은 종종 손님들이 두고 가는 물건들을 잘 가지고 있다가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물건들은 내게 갖다 주었다. 대부분 남성용 시계 같은 액세사리였다. 세상에 이렇게 낯선 물건들이 또 있을까. 누나들 앞에선 한두 번 착용해보았지만 나는 그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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