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19
우리 부모님은 내가 초등학교 육학년 때 이혼하셨다. 아버지는 종종 엄마는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다. 나는 그때마다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거나 몸이 좋지 않아 쉬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내 머릿속에선 빨간 불빛 아래 있는 누나들의 얼굴이 스쳐갔다. 정작 우리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데 나는 집으로 돌아가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서로 가족이라 생각하며 밥을 먹었다.
누나들은 하루 묶고 가는 손님들을 위해 속옷을 준비한 적이 있었다. 손님 대부분은 업소에 다녀온 걸 자랑하느냐고 오히려 핀잔을 주었다고 했다. 그렇게 인기가 없어진 속옷은 내 몫이 됐다. 누나들이 준비한 팬티는 진한 녹색과 주황색 사각 트렁크...
타이머가 울려도 누나가 방에서 나오지 않으면 문 앞에 서서 누나의 이름을 낮은 목소리로 목에 힘을 주어 불러야 한다. 저번엔 평소처럼 누나라고 불렀다가 누나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손님들이 무서워하기나 하겠냐고. 나는 보통...
누나들은 종종 손님들이 두고 가는 물건들을 잘 가지고 있다가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물건들은 내게 갖다 주었다. 대부분 남성용 시계 같은 액세사리였다. 세상에 이렇게 낯선 물건들이 또 있을까. 누나들 앞에선 한두 번 착용해보았지만 나는 그것들을...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