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1
집으로 가는 길에 간단히 끼니를 때우려 집 근처 식당에 들렀다. 가장 빨리 되는 게 무엇이냐 물었더니 돈까스란다. 아무거나 달라고 한 뒤에 테이블에 앉았다. 옆에 있던 신문을 펼쳐 보려다 금방 나오겠거니 하고 가만히 TV를 봤다. 음식이 나오고 포크와 칼을 들어 돈까스를 썰었다. 배가 고파서 힘이 너무 들어갔나. 테이블 위로 빗금이 지나간다. 나는 내가 테이블까지 썰어버린 줄 알았다. 바퀴벌레의 더듬이가 씰룩거린다. 포크로 바퀴벌레를 잡아 주인에게 먹이려다 포크와 칼을 내려놓고 주인에게 소리쳤다. “밥상에서 바퀴벌레 키웁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입안에 있던 돈까스를 뱉었다. 주인은 허둥지둥 바퀴벌레를 휴지로 감싸 주머니에 넣었다. 입안에 남은 돈까스의 튀김가루가 바퀴벌레의 껍질 같아 식욕이 싹 사라졌다. 구로동엔 바퀴벌레가 아주 많다. 바퀴벌레는 사람 다니는 길을 가로질러 다녔다. 이것들은 사람과 같은 방향으로 다니지 않는다. 마치 산 자와 망자의 구역을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집에 들어와 거실 등을 켰더니 어김없이 바퀴벌레들은 벽과 싱크대 사이로, 하수구로, 세탁기 밑으로 숨었다. 바퀴벌레의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저것들은 꼭 지들이 숨는 모습을 보여줘. 일부러 여기에 있다는 걸 티내듯이. 그게 꼴보기가 싫어. 이 집의 어둠이 익숙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집엔 아버지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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