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3
엄마와 아버지는 동창회에 갔다. 엄마가 쥐여주고 간 오천 원으로 형과 컵라면을 사다 먹었다. 형은 왕뚜껑을 사고 나는 도시락을 샀다. 면을 다 건져 먹었더니 라면 건더기 사이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떠올랐다. 라면 물을 붓고 한 시도 눈을 뗀 적이 없었는데 어느 틈에 들어갔을까. 우리집에 바퀴벌레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들어갈 틈이 없었는데. 우리 형제는 슈퍼에서 바퀴벌레가 들어 있는 라면을 판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나는 열이 받아 이 라면을 판 슈퍼 문 앞에 라면 국물을 쏟아버리고 왔다. 형은 여전히 라면을 먹고 있었다. 나는 헐떡거리며 형이 먹던 라면 국물로 입을 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