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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바꿔치기

여태껏 이런 이야기를 드린 적이 없었습니다. 듣기 힘드실지 모르겠으나 아버지는 들으셔야 하고 저는 해야 합니다. 아버지, 아버지 말고도 제 아버지가 될 뻔한 남자들이 몇 있었습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그 이름을 나열하여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관계는 그 다음에 다시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 엄마와 아저씨가 한 침대에서 자는 걸 보고 형에게 둘은 왜 함께 자는 지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건 어느새 다 까먹고 어떤 아저씨에게는 엄마를 잘 부탁한다며 두 손을 붙잡고 고개 숙여 인사한 적도 있었습니다. 엄마의 전 남자친구는 이별 통보 후 본인이 사용하던 형 명의의 휴대폰을 해지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본인을 형의 아버지라고 했답니다. 당시 아버지는 이 세상에 어느 곳에도 없었지만 다른 이의 입을 빌려 분명히존재했었습니다. 엄마는 이를 두고 통신사에 전화해서 크게 화를 냈습니다. 휴대폰 명의자가 직접 해지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요. 해당 대리점의 책임자는 제게 전화하여 대리점에 방문해 CCTV도 보여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잠시 궁금하실 것 같아서 말씀 드릴게요. 형 명의의 휴대폰 해지 관련 전화가 왜 제게 왔느냐면 저는 형을 사칭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해당 대리점의 책임자 입장으로선 해지한 사람이 위약금도 제대로 치렀고 본인이 명의자의 아버지라는데,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CCTV 속 남자가 명의자의 아버지가 아니란 사실도, 현재 전화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가 해지된 휴대폰의 명의자가 아니란 사실은 예상하지 못했겠지요. 형은 호주에 가 있잖아요. 저는 이 일이 아주 우스웠습니다. 우리 가족은 오래전부터 뿔뿔히 흩어져 지내고 있었는데 이 세상 어디에선 오순도순 모여 살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어쨌든 아버지가 CCTV에 기록됐다니. 남들이 정해준 아버지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만두었습니다. 사실 엄마가 화를 그렇게 냈던 건 해지한 사람이 궁금한 게 아니라 해지 과정에서 발생한 위약금이 누구의 카드로 계산됐는지 알아내기 위했던 것입니다. 전 남자친구에게 여자가 생겼다고 의심하고 있었거든요. 그 결제 카드가 그 여자 것이라 생각했나 봅니다. 전화를 끊고 엄마에게 그건 알 수 있다고 둘러댔습니다. 우리는 항상 그랬지요. 가끔씩만 가족 행세를 했습니다. 언젠가 엄마가 가정생활 실패 경험을 이야기하는 걸 우연히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건 우리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 우리는 왜 이렇게 된겁니까? 지금까지 저는 아버지에게 궁금한 것이 있더라도 악착같이 묻지 않았습니다. 그건 아버지를 아버지로 만드는 일이니까요. 저는 아버지를 아버지로서는 증오하기에 아버지를 아버지 자리에 두지 않으려 노력해왔습니다. 제게 아버지란 이름은 실패한 남자들의 다른 이름입니다. 아버지를 마주하는 건 제겐 힘을 들여 노력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이건 비단 저한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닐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버지에게 여쭤봤어야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땐 어떻게 하셨습니까. 만약 제가 그걸 알았으면 이렇게 먼 길을 돌아올 일은 없었을 겁니다.

구로동에 다시는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곳은 우리의 무덤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그 무덤을 지키는 묘지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 말씀을 드리려고 아버지를 다시 아버지의 자리로 불러들였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란 이름을 버리신 채로 저와 만날 수는 없습니까? 이건 제게 달린 문제입니까? 저는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우리 가족이야 엄마의 전 남자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든 알아서 살도록 내버려 두고 저는 이제 오늘을 살고 싶습니다. 진즉에 그랬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형이 있는 호주에는 다녀오셨습니까? 형의 딸이 말도 배워 쫑알대는 게 그저 천진합니다. 그 웃음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제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함구해야 합니다. 이것 역시 제게 달린 문제겠지요. 우리가 다시 부자관계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평안히 지내시길 바랍니다.

도깨비말

기심요숑서선과솨 노솔려셔며션 베셀으슬 누술러서라사.

수수께끼

아침엔 둘이었다가 점심엔 넷이고 밤이면 여섯인 것은?

원인

이젠 명절이라고 어딜 가지 않습니다. 명절에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외갓집에 들렀다가 저녁에 들린다고 하니 아버지는 네가 거길 왜 가냐며 핀잔을 주었습니다. 엄마가 가자는데 어떻게 합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엄마에게 구로동이나 다녀 온다고 하니까. 엄마는 네가 거길 왜 가냐고 했습니다. 어쩜 둘이 그렇게 똑같이 이야기 합니까. 나는 누구 아들입니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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