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카메라 1

혼자 집에 있는 날이면 평소 열어보지 않았던 서랍을 열어 보거나 장롱 안에 있는 엄마의 패물을 만지거나 아버지 옷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며 시간을 보냈다. 엄마의 화장대에 앉아 주인 잃은 화잠품의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기도 했다. 엄마가 언제 집을 나갔는지 기억이 희미해졌을 땐 서랍장 가득한 사진첩의 사진들을 보거나 내 어릴적 사진을 오려다 엄마의 사진에 갖다 붙여 보기도 했다. 거실에 걸려 있는 카메라로 이 사진들을 찍었다고 생각하니 엄마가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옛날 영화에 나오는 영화감독처럼 한 쪽 눈을 힘껏 찡그렸다. 찰칵. 거실을 웅웅 울리던 냉장고 소리가 그친 뒤 묘한 정적이 흘렀다. TV에선 여전히 웃고 떠드는 소리가 나왔지만 찰칵하는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카메라엔 버튼이 많았다. 뭘 잡아당겼더니 뒤판이 열렸다. 매끈한 셔터막이 눈에 들어왔다. 옛날에 동네 꼬마 아이를 때렸을 때도 그랬다. 말쑥한, 어떤 것을 보면 덜컥 겁부터 났다. 나는 그때처럼 손가락으로 셔터막을 푹 찔렀다. 차곡차곡 쌓여 있던 셔터막은 본래 순서를 잃어버렸다. 황급히 카메라를 다시 케이스에 넣고 아무렇지 않은 듯 TV를 봤다. 아버지보다 조금 일찍 들어 온 형은 내 눈을 보더니 또 무슨 사고를 쳤는지 다그쳤다. 형은 내 마음 속을 꿰뚫어보고 있는 듯했다. 가늘게 찢어진 형의 눈이 어딘가 카메라 렌즈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집을 떠난 뒤론 가족 여행을 갈 일이 없었기에 사진을 찍을 일도 없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엄마가 집을 나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구로동을 떠나면서 이젠 카메라를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카메라가 내게 다시 올 줄 알았나. 내가 사진을 할 줄 알았나. 아버지는 내가 사진을 배운다고 했을 때 그 카메라를 내게 주었다.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이거 고장 났다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아버지는 미안하다고 했다. 보통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파인더엔 상이 다시 들어와야 하는데. 뷰 파인더로 보는 세상은 아주 잘려버린 것처럼 검은 화면이 계속됐다. 아버지가 던졌던 TV의 화면처럼. 나는 입을 꾹 닫고 있었다. 카메라를 받아 들고 집에 온 나는 카메라를 부쉈다. 말끔한 어떤 것을 보면 겁부터 덜컥 난다.

아버지 바꿔치기

여태껏 이런 이야기를 드린 적이 없었습니다. 듣기 힘드실지 모르겠으나 아버지는 들으셔야 하고 저는 해야 합니다. 아버지, 아버지 말고도 제 아버지가 될 뻔한 남자들이 몇 있었습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그 이름을 나열하여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도깨비말

기심요숑서선과솨 노솔려셔며션 베셀으슬 누술러서라사.

수수께끼

아침엔 둘이었다가 점심엔 넷이고 밤이면 여섯인 것은?

Comment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