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2
“카메라가 삼십만 원 밖에 안 해?”
아버지는 카메라 가격을 듣자마자 일어나 옷걸이에 걸려 있는 바지의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안에 있던 현금을 몽땅 빼들었다. 정확히 삼십만 원이었다. 생각보다 카메라 가격이 저렴했는지 아버지는 내게 돈을 건네줄 때까지 여러 번 되물었고 나는 돈을 받아들 때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켠 뒤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시선은 술잔에 멈춰있었다. 술잔 밑바닥에서 무언갈 찾는 것처럼 보였다. 메리야스를 입고 있던 아버지의 어깨는 하얗게 광이 나고 있었다. 사실 필름 카메라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혹여나 필요하더라도 그 정도는 내 힘으로도 살 수 있었다. 카메라 이야기는 순전히 아버지의 이야기가 듣기 싫어 입막음하려고 한 충동적인 이야기였다. 내 카메라는 아버지의 많은 응어리 중 하나였다. 아버지의 푸념은 ‘명색이 아들이 사진작가인데 카메라 한 대 못 사주고’ 로 시작해서 ‘막둥이 네가 돈을 많이 벌어서 아버지를 부양해야하는데’ 로 끝났다.사진은 취직을 어디로 해야 하는 지로 바른대로 대답을 해야 대화를 마칠 수 있었다. 명절이라 오랜만에 찾아왔는데 또 똑같은 이야기를 듣고 앉아 있으니 허리도 아프고 엉덩이가 배겨 견딜 수 없었다. 때로는 아버지 편에 서서 다른이들을 욕하기도 했지만 아버지가 정작 후회해야 할 건 그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단 돈 삼십만 원으로 아버지는 응어리를 풀고 나는 더 이상 푸념을 듣지 않아도 되니 서로에게 좋은 장사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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