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부지
이불공장 사장님이었던 아버지는 형과 내가 공장에 놀러 갈 때면 늘 돈까스를 시켜줬다. 편식이 심했던 형은 돈까스 소스를 먹지 않아, 주문할 때 한 개는 소스를 따로 달라고 꼬박꼬박 일러 줘야 했다. 그날도 공장에서 돈까스를 먹고 있는데 아버지는 거래처로 이불공장을 함께 가자고 했다. 멀미가 심했던 난 차를 타는 게 언제나 곤욕이었지만 그날따라 함께 가고 싶었다. 이불 배달을 마치고 아버지는 잠시 한강 고수부지에 들러 놀다 가자고 했다. 내가 기분을 낸 만큼 아버지도 기분을 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돈까스 한 개를 혼자 다 먹었지만 한강에서 먹는 오징어와 사이다는 그것과 별개였다. 매점에서 산 부메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놀았다. 그날 샀던 부메랑을 한동안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날리는 법을 연구했지만 써먹을 일은 없었다. 아버지가 기분을 냈던 건 그날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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