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시장
학원에 가기 싫은 날이면 PC방을 기웃거리다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타고 구로시장 안으로 숨었다. 시장 안에 있으면 선생님은 커녕 형도 나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유치원을 같이 다닌 남혁이는 언제나 날 반겨주었다. 남혁이네 거실에 누워 내 키보다 큰 괘종시계를 올려다보았다. 학원 수업 시작 시각에 맞춰 우리는 밖으로 나와 걸었다. 남혁이네 누나는 손이 아주 빨라서 꼬막이나 땅콩 따위를 몰래 집어다 내게 주곤 했다. 손안이 꽉 찬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슈퍼에 들어가 젤리나 사탕 따위를 훔치기도 했다. 여기서 누가 날 찾을 수 있겠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모를 거야. 눈 앞에 보이는 아무 손이나 잡고 그저 따라갔으면 좋겠다. 어젯밤 엄마는 아버지의 주먹이 얼마나 아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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