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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우리 동네에선 숨바꼭질을 할 때 술래가 벽에 머리를 묻고 숫자를 세는 대신 아랫동네에 있는 슈퍼에 다녀왔다. 술래가 슈퍼에 다녀오는 동안 아이들은 재빠르게 숨어야 했다. 그날 나는 술래였다. 어디에 숨을지 의논하는 친구들 사이로 저 멀리 아버지가 보였다. 나는 곧장 뒤로 돌아 전력 질주로 달렸다. 슈퍼 아저씨의 얼굴을 보니 정신이 들었다.

“담배 사러 왔냐.”

“아니요.”

“이제부터 담배 심부름은 안된다고 전해 드려라.”

아저씨가 담배를 꺼냈을 땐 돈이라도 두고 온 줄 알았다. 나는 아버지를 두고 왔지. 분명 아버지도 나를 봤을 테지. 동네로 돌아왔을 땐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친구들이 숨었을 법한 장소를 뒤적거렸다. 다세대 주택이 많은, 오래된 동네라 동네엔 아이들이 숨을 만한 곳이 천지였다. 종찬이가 사는 집 지하, 잡동사니를 덮어 놓은 천막 아래 숨기도 했고 아주 큰 나무가 자리 잡은 마당 뒤편에 숨기도 했다. 이층 주인집에 숨어 술래를 내려다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버지가 어디선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쏟아지는 시선을 견디기 힘들어 아이들은 찾아 나섰다. 금세 들킨 친구들은 내 옆에서 아직 숨어있는 친구의 위치를 눈짓으로 알려주기도 했다.

“근데 너네 아버지가 너 왜 도망가냐고 그러시던데.”

역시 아버지는 나를 봤었다. 가장 알고 싶지 않았던 걸 찾아버렸다. 숨바꼭질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친구들의 엄마들은 밖으로 나와 친구들을 데려갔다. 나는 남은 친구들을 데리고 사람 수에 맞춰 놀이를 바꿔가며 끈질기게 놀았다.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만석이와 민식이는 만화를 본다고 집에 갔다. 마지막으로 남은 민수와 돌을 주워다 땅따먹기를 하려는데 보험을 팔던 민수의 엄마가 돌아오자 파투가 났다. 나는 돌을 만지작거리며 구름이 몰려오는 걸 좀 더 지켜보다 어두워져 하는 수없이 집으로 갔다. 아버지는 누워서 신문을 보고 있었다.

“너 왜 아빠 보고 도망갔어.”

나는 아버지를 못 봤다고 시치미를 떼고 거실로 가서 물을 마셨다. 언젠가부터 아버지는 집에 일찍 들어왔다. 술을 마시러 나가지도 않았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곧장 들어오면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급식에 무슨 반찬이 나왔는지 물었다. 그날 나는 배가 고파서 점심밥을 다 먹었다. 급식 도우미로 오신 설아의 엄마가 밥을 싹 비운 내 식판을 보고 놀랐다. 나는 반찬을 남긴 걸로 혼나진 않을까 생각했지만 오히려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궁리만 해댔다. 누구든 날 찾아와서 놀자고 하면 좋을텐데.

나는 그 뒤로 학교 근처에서 실컷 놀다가 느지막이 집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불안하면 온 동네를 뒤지며 형이 집에 간 것을 확인한 뒤에 집으로 향했다.

아버지 바꿔치기

여태껏 이런 이야기를 드린 적이 없었습니다. 듣기 힘드실지 모르겠으나 아버지는 들으셔야 하고 저는 해야 합니다. 아버지, 아버지 말고도 제 아버지가 될 뻔한 남자들이 몇 있었습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그 이름을 나열하여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도깨비말

기심요숑서선과솨 노솔려셔며션 베셀으슬 누술러서라사.

수수께끼

아침엔 둘이었다가 점심엔 넷이고 밤이면 여섯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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