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
구로동에 밤이 오면 사람들은 느릿느릿 집으로 향한다. 집을 나설 땐 가볍게 느껴지던 얕은 언덕이 밤이면 가팔라진다. 구로동의 아버지들은 술에 취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더듬더듬 집을 찾는다. 신발까지 가지런히 벗어두고 길바닥에 누워 자는 사람, 혼자 중얼거리며 속에 맺힌 응어리를 푸는 사람. 아닌 걸 알면서도 아버지를 본 듯 깜짝 놀란다. 가평이는 으레 아버지들을 향해 매섭게 짖어댄다. 나는 사진을 찍는다. 우리는 모두 흠칫 놀란다. 번뜩이는 섬광에. 희미한 기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