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이
구로동에 다시 들어오면서 기르던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재작년 엄마가 가평에 놀러 갔다가 데려 온 녀석이었다. 가평에서 만났기 때문에 이름 역시 가평이라 붙였다. 처음 데리고 왔을 당시엔 양손으로 가볍게 감싸 쥘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강아지였다. 엄마는 한 줌밖에 안되는 가평이가 너무 귀여워 자기도 모르게 들었다가 책임질 자신이 없어 내려놓았다고 했다. 그래도 눈에 밟혀 다시 돌아봤더니 가평이는 여전히 엄마를 향해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 길로 가평이를 품에 넣어 왔다고 한다. 흰 털에 큼직하게 검은 얼룩이 졌고 눈썹이라도 난 것처럼 눈 위에만 누렇게 털이 났다. 몸집에 비해 귀가 크고 그게 무거운 지 평소엔 왼쪽 귀를 접고 다닌다. 총총총 걸으면 귀가 팔랑거리는 모습에 모두 가던 길을 멈춰 한 번씩 쳐다본다. 하지만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낯선 이를 항상 경계하고 소리에 민감해서 작은 소리에도 크게 짖는다. 구로동에 들어와선 새벽마다 짖어대는 바람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처음엔 가평이가 아버지를 본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가평이를 봤다면 예전에 키우던 바우처럼 한 대 걷어차고도 남았을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바로 저승에 가지 못하고 이승을 떠돈다는데 혹여나 아버지가 집으로 오는 걸 가평이가 막은 건 아닌지, 가평이가 밤마다 짖는 게 못마땅했다. 내가 구로동에서 지내는 걸 보셨다면 크게 화를 내셨을 텐데. 가평이 때문에 못 보셨다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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