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그러니까 이게 개별 문제인지 들어보라니까. 엄마가 라이브 까페할 때 맨날 늦게 들어오고 그래서 술장사가 다 그러려니 했지. 다 그런 거니까. 그걸 모르는 게 아냐. 그때같이 일하던 이모가 우리 집 옥탑방에 살았는데 새벽에 들어와서 자기 방으로 올라가기 전에 집에 들어와서 한다는 말이 너네 엄마 남자친구 생겼다고 어쩌네 저쩌네 이야기를 늘어놓더라고. 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지면서. 그걸 그냥 그 자리에서 발로 차버리려다가 참고 담배를 하나 피웠지. 내가 이 나이 먹도록 엄마 남자친구 이해 하나 못할 것 같아? 그걸 왜그 사람한테 듣느냔 말이야. 그 뒤로 잠이 안 오더라고. 그때 아버지에게 전화가 오더니 병원에 가서 수면제 좀 받아오래. 그걸 어떻게 그러냐고, 안된다고 했지. 근데 안 그러면 잠이 안 온대. 아니 못 잔다는 거야. 밤새우고 공장에 나가면 원단 재단도 해야 하는데 안 된다는 거야. 평소 가던 병원에 가서 일주일치라도 더 받으라니까. 그것도 안된대. 그 불면증이 엄마랑 이혼한 뒤로 생긴 건데, 그게 십몇 년 전 일이야. 술을 마시고 약을 먹고 자는 게 일상인데. 술을 좀 많이 마신 날엔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잊어버리곤 한 번 더 먹는 바람에 나중엔 약이 모자라다는 거지. 나더러 일주일치 약을 받아오래. 아무튼. 그때 나도 엄마 때문에 열이 받아 잠을 잘 수가 없었거든. 그래서 그날도 밤을 지새우고 이른 아침에 병원에 가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이야기를 털어놓았지. 내가 의사에게 털어놓은 건 엄마 이야기였고 받으려고 한 약은 아버지에게 필요한 거였어. 아버지가 말한 수면제는 이름이 뭔지 기억도 안나. 그건 너무 세서 일단 약한 것부터 먹어보래. 의사가 그러는데 어떻게 해. 알겠다고 했지. 그렇게 약을 받아다 하루치는 내가 가지고 나머지를 아버지한테 갖다 준거야. 그날은 또 막걸리 말고 밥이나 먹고 자게 즉석밥 두 개를 사오라는 거야. 사갔지. 웬일로 막걸리를 안마시나 했는데 웬걸. 이미 동네 삼촌하고 마시고 계시더라고. 그게 한시야. 난 밥만 먹고 나왔지. 학교 가기 전에 들렀나. 그랬을 거야. 그게 2017년 12월 13일이래. 어떻게 아느냐고? 한동안 입지 않고 있던 바지가 있었는데 바지를 빨아놓은 게 없어서 입었어. 뒷주머니에 영수증이 있더라고. 그게 그날 샀던 즉석밥 두 개. 이 천 원이 찍힌 영수증이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형아가 살고 있는 호주에 일 년 동안 있다가 왔는데 그 영수증이 아직까지 있던 거야. 난 이 영수증을 못 버리겠더라고. 그러니까. 이게 내가 이렇게 된 게 나 혼자만의 문제인지 들어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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