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
구로동에 지내는 동안 찬거리는 주로 구로시장에서 해결했다. 제주 돼지 뒷다리살이 한 근에 삼천 원. 반찬은 세 종류에 오천 원. 슈퍼에서 분홍 소세지를 사다 계란에 부쳤다. 횟집에서 광어회와 소주 두 병을 사면 딱 이만원이었다. 버스정류장엔 닭강정 집도 있었다. 시장에서 파는 두 마리에 만 원짜리 통닭은 너무 짜서 먹기 힘들었다. 부위 별로 개당 천 몇 백 원에 파는 건 그나마 먹을만했다. 가스 밸브에 걸어 둔 도마를 꺼내 파를 썰고 돼지 앞다리살을 구워 먹었다. 조금 질겼지만 밥이랑 같이 입안에 한껏 넣고 오물거리면 그래도 혼자서 먹을만했다. 아버지와 엄마와 형아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저녁밥은 늘 혼자 먹고 있다. 돌이켜보면 엄마가 집을 나가고 형과 아버지 그리고 나, 이렇게 남자 셋이서 살 땐 어딘가 친구들과 소꿉놀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시장에 가서 치킨을 사 오거나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을정하기도 했다. 우리는 철저히 결과에 승복했다. 밥을 먹으며 심드렁하게 TV 채널을 돌려댔다. 함께 있었으면 다들 무슨 프로그램을 보자고 했을까. 뻑뻑한 돼지 뒷다리살을 으적으적 씹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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