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
남자 셋은 방안에 누워 빙고를 하거나 형이 보이스카웃 다닐 때 받아 온 밧줄을 가지고 번갈아가며 손을 묶고 스스로 푸는 게임을 했다. 가수 이름을 가지고 빙고를 할 때면 아버지는 김정호나 나훈아 같은 오래된 가수 이름을 적었다. 나는 인기가요에 나오는 가수들을 적었다. 빙고는 늘 내가 이겼지만 손을 묶고 푸는 건 늘 아버지가 이겼다. 아버지가 묶은 매듭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형은 그 틈을 타서 리모컨을 집어 들어 자기가 보고 싶은 걸 틀었다. 내가 매듭을 풀지 못하면 형은 리모컨을 내려놓고 매듭을 풀어주었다. 풀지 못하는 문제를 내는 아버지, 그걸 해결해주는 형아.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