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쓰
약속 오락실에서 만난 형이 있었어. 형이라고 하기엔 나이가 좀 많은, 삼촌에 가까운 형이었는데 그 형이 가끔씩 우리한테 백 원, 이백 원씩 주면서 게임을 시켜줬다고. 그 형이 백원씩 주면서 그랬어. 자기를 ‘보쓰’ 라고 부르라고. 그렇게 우리의 첫 조직 생활이 시작됐어. 단 돈 몇 백원에. 뚜렷한 이름도 없이. ‘조직’이 우리 조직의 이름이 된 거지. 그런데 그 형이, 보쓰가 어느 날 대뜸 우리를 불러다 체력 단련을 해야 한다며 그 거리 공원으로 데려가서 그 큰 공원 테두리를 따라 뛰라고 뺑뺑 돌리는 거야. 대림역 사번 출구에서 나와 앞으로 쭉 가다 보면, 어디까지 가야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눈앞에 보이는 거리 공원. 거길 뛰었다고. 우리는 왜 그런지도 모르고 보쓰가 하라니까 한 거야. 그렇게 공원을 뛰고 있는데 낯익은 파란색 그레이스 봉고차가 옆에서 서행하더라고. 아버지랑 형이 타고 있더라. 거기서 뭐 하냐고 묻길래 그냥 친구들이랑 놀고 있다고 얼버무렸지. 좀 걷다가 그냥 집으로 와버렸어. 아버지가 무서워서. 그런데 이상하게 그 뒤로 보쓰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어. 조직원들에게 물어도 모른대. 보쓰가 사라진 조직원들은 오락실에 남아 간간히 떨어지던 백 원을 아쉬워했고 평소처럼 뿔뿔히 흩어졌지. 그 보쓰의 누런 이 사이로 삐져나오는 입냄새는 정말 고약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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