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구로동에 지내는 동안 이가 상했다. 집에 있던 밴드엔 치과 상호가 적혀 있었다. 몇 해 전, 아버지는 이가 상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고 했었다. 아버지가 갔던 치과가 여기였을까.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치과로 향했다. 진료를 위해 의자에 앉으면 통유리를 통해 구로동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아버지는 구로동을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옆자리 환자의 진료를 마친 의사가 와서 의자를 뒤로 눕혔다. 치과의 조명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진료가 끝나고 아버지의 이름을 대며 이 환자가 온 적이 있었는지 물었다. 간호사는 환자 기록에서 아버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종일 무슨 생각을 한 걸까. 통유리 밖으로 비행기 모양의 그림자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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