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동사무소 앞에 있는 공중전화는 중학생 형, 누나들이 저마다 삐삐를 확인하느라 매번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나는 하릴없이 그 앞을 서성이며 동사무소 건너편 양복점 간판에 적힌 전화번호를 보고 장난전화를 하곤 했다. 형을 좋아하는 누나들이 내게 와서 편지를 전하기도 했다. 편지도 받지 않고 입을 삐쭉 내밀고 빤히 올려다보면 누나들은 게임이라도 좀 하라고 몇 백 원씩 쥐여줬다. 나는 그제야 편지를 받아 들었다. 용돈이 박하던 내겐 쏠쏠한 소일거리였다. 누나들의 동글동글한 글씨는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데우는 구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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