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시큼한 식초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식초를 마시면 몸이 유연해진다는 엄마의 말이 생각나서 식초를 한 컵 마시려고 했다. 몸에 좀 더 유연해야 인형 뽑기 기계에 손을 넣어 인형을 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보다 몸집이 작은 고일현은 인형을 곧잘 빼냈다. 인형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그래도 못내 아쉬워 인형 뽑기 기계 앞을 지날 때마다 인형이 나오는 창구에 손을 한 번씩 넣어봤다. 오락실 앞 커피 자판기에 거스름돈이 나오는 창구를 늘 확인하듯. 어느 날은 인형 뽑기 기계 창구에 흰 봉투가 있었다. 나는 그게 돈이라고 생각하고 가방에 넣어 집으로 뛰어갔다. 가쁜 숨을 죽이고 봉투 안엔 돈이 아닌 편지가 한 통 있었다. ‘곱게 접힌 편지지 사이로 돈이 있을 수도 있지.’ 나는 돈이 갖고 싶었다. 나도 낮에 인형 뽑기를 하는 아저씨처럼 스님 인형을 갖고 싶었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미국 대통령은 편지를 받고도 그냥 버려서 죽었다고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공책에 같은 내용을 일곱 번 베껴 적었다. 학원 수업이 시작될 시간이 지났지만 학원으로 곧장 가지 않고 온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베낀 편지를 인형 뽑기 기계 창구에 넣었다. 학원 선생님에게 편지를 보여주었다. 선생님은 배도 고프다면서 고개가 뒤로 넘어갈 정도로 깔깔깔 웃었다. 웃음소리에 맞춰 꿀렁거리는 선생님의 목젖은 편지 내용만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선생님은 편지를 찢어 버리려 했지만 나는 편지를 뺐어 들고 다시 가방에 넣어 두었다. 그 이후로 구로동을 떠날 때까지 편지를 가방에서 꺼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