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수컷
“아휴, 아들이랑 와서 무슨 아가씨야”
이제 막 친구가 된 남자 둘이서 할 수 있는 게 몇 가지나되겠어. 술 마시고 취하면 노래방 가는 거지. 아버지는 자신의 나이를 들먹이며 아직 젊다고 했어. 그때 아버지가 몇 살이었더라? 그때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분명 젊었지. 내가 이별 노래를 부른다고 아버지가 내 엉덩이를 걷어찼는데 그 때 노래방 문이 열리더라고. 진짜 올 줄은 몰랐지. 아버지와 나, 아가씨의 시선이 모이는 한 가운데에 스파크가 터졌어. 진짜야. 노래방 조명이 그렇게 또 낯설어 보이기도 힘들 거야. 아버지가 노래방 도우미에게 노래를 시키고 나는 그 옆에서 탬버린을 치고. 사실 셋 다 노래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생각했을걸. 노래가 끝나자 아버지는 도우미를 내쫓았어. 이제 가보라고. 나는 노래방 문 앞까지 쫓아가 사과를 했어요. 돌아와 보니 아버지가 노래를 부르고 계시네. 그 노래가 김정호의 하얀 나비야. 나는 솔직히 그때 아버지가 그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