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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15

남동생이 근처로 파견근무를 와서 당분간 청량리나 다른 지방으로 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혹시나 동생이 놀러 왔다가 자기가 이런 곳에서 일하는 것을 알아차리기라도 하면 무슨 사달이 날 지 모른다고. 집에선 일반 회사에 다니는 줄 안다고도 했다. 누구는 일하다가 자기 아버지가 골목을 기웃거리는 것을 봤다고 했다. 아버지가 이곳에 오는 것보다 자신이 여기서 일하는 것을 아는 게 더 두렵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모두가 큰일 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곳에 있던, 누구도 자신의 가족이 이곳을 찾는 걸 비난하지 않았다.


무제 #23

누나들은 하루 묶고 가는 손님들을 위해 속옷을 준비한 적이 있었다. 손님 대부분은 업소에 다녀온 걸 자랑하느냐고 오히려 핀잔을 주었다고 했다. 그렇게 인기가 없어진 속옷은 내 몫이 됐다. 누나들이 준비한 팬티는 진한 녹색과 주황색 사각 트렁크 팬티였다. 나이대에 상관없이 누가 입어도, 누가 봐도 수상한 팬티였다. 나는 그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하도

무제 #22

타이머가 울려도 누나가 방에서 나오지 않으면 문 앞에 서서 누나의 이름을 낮은 목소리로 목에 힘을 주어 불러야 한다. 저번엔 평소처럼 누나라고 불렀다가 누나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손님들이 무서워하기나 하겠냐고. 나는 보통 처음 보는 사람들 대하는 자리에선 이때 연습한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그래도 나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본

무제 #21

누나들은 종종 손님들이 두고 가는 물건들을 잘 가지고 있다가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물건들은 내게 갖다 주었다. 대부분 남성용 시계 같은 액세사리였다. 세상에 이렇게 낯선 물건들이 또 있을까. 누나들 앞에선 한두 번 착용해보았지만 나는 그것들을 누나들 앞에서 버리기 미안해서 한동안 책상에 올려두었다가 책상 정리를 할 때 한꺼번에 내다 버렸다. 그중엔 꽤 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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