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과학수사 연구소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전화를 거는 경찰의 목소리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방 안에서 몇 달째 방치되어 부패가 진행된 시신의 신원을 파악하기 바빴다. 그의 사망 추정 일은 11월이었다. 이제 꽃 피는 봄이 왔는데 그 사람은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겨울을 보냈다고 생각하니 몸이 시려왔다. 나는 그저 그늘을 찾아 담배만 뻐끔뻐끔 태웠다. 부검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잠이 몰려왔지만 잘 수가 없었다. 검안의는 아버지의 사인은 취침 중 쇼크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하지만 정확한 사인은 불상이었다. 부검을 마치고 장례식장으로 돌아와 밥을 먹었다.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다니며 언뜻 언뜻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은 어딘가 현실성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