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뜰 때까지 술을 마시고 있다. 그 옆을 평소 가족이라 생각하는 강아지가 지키고 있다. 여자는 마신 술을 눈물로 빼낸다. 엉엉 울며 평소 가족이라 생각하는 강아지를 끌어안는다. 강아지는 능숙하게 안겨서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눈만 끔뻑끔뻑 거리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옆 테이블 남자가 혀를 찬다. 여자는 남자를 보고 오빠라 불렀고 남자는 여자에게 돈을 낸 적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여자가 술에 취해 강아지를 붙잡고 술주정을 부리는 줄 알고 옆 테이블 남자처럼 혀를 찬다. 원하는 것을 다르지만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 받은 만큼 일하고 낸 돈만큼 누린다.
#2
남동생이 근처로 파견근무를 와서 당분간 청량리나 다른 지방으로 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혹시나 동생이 놀러 왔다가 자기가 이런 곳에서 일하는 것을 알아차리기라도 하면 무슨 사달이 날 지 모른다고. 집에선 일반 회사에 다니는 줄 안다고도 했다. 누구는 일하다가 자기 아버지가 골목을 기웃거리는 것을 봤다고 했다. 아버지가 이곳에 오는 것보다 자신이 여기서 일하는 것을 아는 게 더 두렵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모두가 큰일 날 뻔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곳에 있던, 누구도 자신의 가족이 이곳을 찾는 걸 비난하지 않았다.
#3
우연히 같은 동네에 사는 선임들과 휴가가 겹쳐 함께 술 한 잔 기울였다. 거나하게 취한 선임들은 살이 당긴다며 홍등가로 향했다. 술 취한 차에 날 태우고 홍등가 골목을 빙빙 돌며 누가 마음에 드는지 골라보라며 농을 던졌다. 창밖에 있는 가게가 바로 우리 집이었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고 혹여나 누나들이 날 알아볼까 봐 얼굴을 숨기기에 바빴다. 그 순간 목구멍으로 이물감이 차올랐다. 매일 드나들던 곳인데 와선 안 될 곳을 온 것처럼 느껴졌다. 매일 보던 누나들의 얼굴이 그렇게 낯설어 보이긴 그 날이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