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15
남동생이 근처로 파견근무를 와서 당분간 청량리나 다른 지방으로 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혹시나 동생이 놀러 왔다가 자기가 이런 곳에서 일하는 것을 알아차리기라도 하면 무슨 사달이 날 지 모른다고. 집에선 일반 회사에 다니는 줄 안다고도...
무제 #14
누나들의 심부름은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낮에는 주로 편의점에 가서 담배 한 보루를 사다 주거나 수원역에 필요한 물품을 사다주었다. 누나들은 심부름 한 번에 심부름비로 만 원을 주었다. 나는 이걸 모아두고 몇 만 원이 모이면 밖에 나가 소주를 사...
무제 #13
누나들 심부름 때문에 잠시 수원역에 나갔다 오는 길에 사창가 길목에서 단체사진을 찎는 무리를 본 적 이 있다. 나는 궁금증이 생겨 사진 찍는 무리 옆에서 담배를 태우며 그들을 관찰했다. 무리는 내 또래로보이는 여성 서너 명과 남자 네댓 명, 중년...
무제 #12
이곳을 떠날 때가 오면, 그때는 엄마를 업고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싶었다. 그 당시엔 어서 그때가 오기를 바랐지만 막상 떠날 때가 되니 세상 밖으로 나가기가 두려웠다. 이곳을 처음 들어왔을 때와 나갈 때, 그리고 이미 나온 지금까지도 나는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