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시큼한 식초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식초를 마시면 몸이 유연해진다는 엄마의 말이 생각나서 식초를 한 컵 마시려고 했다. 몸에 좀 더 유연해야 인형 뽑기 기계에 손을 넣어 인형을 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보다 몸집이 작은 고일현은 인형을 곧잘...
바퀴벌레 1
집으로 가는 길에 간단히 끼니를 때우려 집 근처 식당에 들렀다. 가장 빨리 되는 게 무엇이냐 물었더니 돈까스란다. 아무거나 달라고 한 뒤에 테이블에 앉았다. 옆에 있던 신문을 펼쳐 보려다 금방 나오겠거니 하고 가만히 TV를 봤다. 음식이 나오고...
치과
구로동에 지내는 동안 이가 상했다. 집에 있던 밴드엔 치과 상호가 적혀 있었다. 몇 해 전, 아버지는 이가 상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고 했었다. 아버지가 갔던 치과가 여기였을까.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치과로 향했다. 진료를 위해 의자에...
편지
동사무소 앞에 있는 공중전화는 중학생 형, 누나들이 저마다 삐삐를 확인하느라 매번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나는 하릴없이 그 앞을 서성이며 동사무소 건너편 양복점 간판에 적힌 전화번호를 보고 장난전화를 하곤 했다. 형을 좋아하는 누나들이 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