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넣으면 골키퍼
집 앞에 있는 절 주차장 셔터문을 골대 삼아 축구를 하면서 놀았어요. 골을 넣은 사람이 골키퍼를 돌아가면서 하는 놀이였는데 그 게임 이름이 ‘엄마는 축구 왕’ 이었어요. 그 이름은 제가 붙였고요. 우린 게임을 하는 동안엔 서로를 이름 대신...
가평이
구로동에 다시 들어오면서 기르던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재작년 엄마가 가평에 놀러 갔다가 데려 온 녀석이었다. 가평에서 만났기 때문에 이름 역시 가평이라 붙였다. 처음 데리고 왔을 당시엔 양손으로 가볍게 감싸 쥘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강아지였다....
대통령
밤이면 한 잔 걸치러 나온 아저씨들은 친구의 아빠이기도 했고 아빠의 친구이기도 했다. 술에 취해 기분이 좋은 아저씨들은 나를 불러 세워 공부 열심히 하라고 천 원짜리 몇 장을 쥐여주거나 고기 몇 점을 먹여주기도 했다. 아버지는 나를 무릎에 앉혀...
도시락
“그 통은 너무 크지 않니?” 작년 운동회 때 엄마랑 시장가서 산 반찬통이었다. 며칠 전 교내 바자회에서 산 토마토 모양 반찬통이 떠올랐다. 아버지 지갑에서 훔친 돈으로 산 것이었다. 찬성이네 엄마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반찬통을 받아 들곤 김밥을...